정구지는 부추의 부산, 경남지역 사투리입니다. 전라도에서는 솔이라고 합니다. 부추는 남성에게 좋은 채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부추전을 정구지에 전을 뜻하는 찌짐을 붙여 정구지찌짐이라고 합니다. 어감도 정겨운 정구지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부추는 별명이 많습니다. 남자의 양기를 드높여 세운다 하여 기양초(起陽草), 부추를 먹고 소변을 보면 담이 무너진다 하여 파벽초(破壁草), 참다 참다 과부집 담을 넘게 된다 하여 월담초(越譚草), 질펀하게 운우지정을 나눈 아낙이 초가삼간 따위 밀어 버리고 부추나 심자고 한다 하여 파옥초(破屋草)까지. 하나 같이 남성의 넘치는 활력과 기운을 표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구지라는 방언 또한 여러 한자로 풀어 재미를 더합니다. 부부간의 정을 굳건하게 지켜 준다 하여 情固芝, 남자의 힘을 오래 유지시켜 준다고 하여 精久持, 정월부터 구월까지 먹으면 보약 보다 좋다 하여 正九芝와 같이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부산과 경남 지역에는 정구지 반찬이 많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파전, 호박전, 고추전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부산 경남에는 정구지찌짐이 대세입니다. 부산의 대표 메뉴 돼지국밥에는 부추에 간단한 양념을 버무린 정구지 겉절이나 생정구지를 뚝배기 위로 수북히 넣어 먹고는 합니다. 뜨거운 국밥 국물에 데치듯 살짝 숨을 죽여 먹으면 정구지 특유의 향도 살고 씹히는 식감까지 더해 아주 맛있습니다.
정구지는 4월 부터 나기 시작해 10월이 제철이나 요즘은 연중 언제나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잘라 수확하고 나서 2주 정도 지나면 다시 자라 수확할 수 있습니다. 한 해 8회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보니 가격 또한 저렴합니다. 주머니 가벼운 서민 가장의 기를 세워줄 강정 식품으로 제격입니다. 요즘은 하우스 재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제철이 따로 없습니다. 출출한 밤 정구지 찌짐에 막걸리 한 잔으로 사그라든 정을 다시 일으켜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요?